집단의 흐름에 종속하는 인간
이전에 모 방송에서 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교실에 모여 어떤 테스트를 하는 실험이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연기가 뿜어 오르는 것이다. 실험 대상자들은 연기가 가득 찰 때까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아마도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그 상황 하에서 집단 속에 파묻혀 개인으로서 행동할 수 없었던 결과로 보인다. 이는 부정적인 사안으로 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집단성에 따라 움직이곤 한다. 실제상황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벌어지는데, 예컨대 환승역처럼 붐비는 곳에 누군가 쓰러져 있는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는데, 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부축하거나,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하지 않고 그저 지나쳐 갔다. 누군가는 이러한 상황을 보며 매정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그러한 면이 원인이라기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역을 오가는 그 집단 속에 속하게 되어버린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대체 왜?라는 물음을 한다면 “모두가 그러니까”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논의되는 사안인데, 누구나가 그러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집단성이라는 성질을 독자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집단성을 활용한 광고 글쓰기의 예시
특정 집단에 소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집단성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를 부여하면, 그 후에 그들이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일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예컨대 스타들을 쫓는 1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런 광고를 할 수 있다. “바쁜 스케줄에도 항상 백옥 같은 피부를 유지하는 아이돌들의 비밀은, 바로 이 크림에 있습니다.” 이 문구를 본 아이돌 여성팬들은 하나의 집단으로 뭉치게 되고, 소개되는 화장품에 대한 첫인상을 호감으로 가져가게 만들 수 있다.
“자동차가 없어도, 오토바이가 없어도, 오직 두 발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부지런한 당신을 위한 배송부업 여기 있습니다.” 이 경우는 특별한 운송수단이 없는 자들을 한데 묶어 집단성을 부여하고 후반부에 그들을 부지런하다고 지칭한다. 물론 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부지런함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콘셉트를 잡음으로써 해당하는 독자들은 광고에 보다 호감을 갖고 다가설 수 있다.
집단성을 쫓을 때 발생하는 불안감
“당신은 아직도 광활하게 펼쳐지는 폴더블 폰을 쓰지 않고 계십니까?” 이러한 광고가 있다고 해보자. 마치 나 자신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집단에서 이탈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인류가 야생에서 생활할 때부터 존재했던 커다란 두려움이다. 그렇기에 긍정적인 표현방식의 광고문구보다 이러한 문구가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가정주부의 40%가 저희 굿 대걸레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광고는 어떠한가? “아니, 우리 집은 그냥 손걸레 쓰는데. 뭐, 40%? 맞아. 그러고 보니 철수엄마도 저거 쓰던 거 같던데. 설마 나만 안 쓰고 있는 거야?” 광고를 본 영희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지 않을까? 영희엄마가 느낄 불안감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아 나까지 불편한 감정이 느껴질 정도이다.
글쓰기에 앞선 집단성 조사
이렇듯 강력한 집단성 활용을 위해서 우리는 연령이나 직업 등의 기준을 삼아 집단성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 집단성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할 수 있고, 어떤 기준이 효과적일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예컨대 가정주부와 변호사라는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여성이라 할지라도 둘 모두 비슷한 또래의 아이엄마라면 여기서 집단성을 찾을 수 있다. 세대차이가 심한 상사와 신입사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들이 여름철 냉방제한으로 인해 심하게 더위를 타는 부류에 속한다면 역시 하나의 집단성을 갖는 것으로 그 부분을 타기팅 하여 글을 작성할 수도 있다.
사실 글을 작성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집단성이란 무궁무진한 것이다. 특히 아주 작은 그룹까지 고려하면서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글로서 그 집단을 어떻게 우리 의도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좀 더 명확한 플랜이 설 수 있을 것이다.